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잡초의 끈질긴 생명력 外 1

잡초의 끈질긴 생명력

박동인

'빛'하면 우리는 외부로부터 오는 태양빛만을 생각한다. 물론 물체의 형태를 드러내 보여주는 외부의 빛이 대단히 중요하긴 하다.
그러나 나는 그보다 내면의 빛에 관심이 더 많다.
절망적인 어두운 빛, 희망찬 밝은 빛, 감미로운 빛, 잔잔한 빛 등등 사물의 그 어딘가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그 내면의 빛 말이다. 이는 영혼의 빛이요, 생명의 빛이다.
내면의 빛을 생각하면서, 생명의 근원을 생각하면서 즐겨 그리는 소재는 자연이다.
모든 인위적인 것에서부터 벗어나고픈 이들의 가슴속에 가장 깊이 자리잡은 그리움은 자연으로 그 중에서도 내가 가장 관심을 쏟는 것은 잡초들이다.
커다란 덩어리를 갖춰야만 생명이 있는 것은 아니다.
오히려 이름없는 풀 한 포기가 생명의 빛을 더욱 강하게 드러낸다. 나는 언제나 보이지 않는 생명의 근원을 생각하며 고민하다가 자연속의 원초적 생명력을 지닌 잡초들의 은밀한 빛을 보고 그 소리를 들을 때 내밀한 환희를 느낀다.
이런 내가 그린 화폭에 빛과 잡초가 등장하는 건 너무나 자연스런 일이 아닌가.


내면의 빛, 인간의 몸짓으로

박동인

작업실 문을 열면 내 유년의 깊은 곳쯤에 숨겨져 있는 보물상자를 찾아내는 두근거리는 설레임이 있다.
거기 나만의 작은 우주가 펼쳐져 있다. 적막 속, 그리다 만 그림들이 뛰어나와 나를 반기는, 어머니 품속이다.
구태여 귀 기울이지 않더라도 그들의 목소리, 작은 움직임들까지 달려나와 손에 잡혀진다. 때로는 깊은 침묵으로, 때로는 걷잡을 수 없는 아우성으로, 그것들은 나를 항상 깨어있게 하는 신선한 충격이다.
내 작품의 주된 소재는 자연이다.
무질서한 듯 하면서도 극히 질서 정연한 원초적인 생명감, 자연은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것 중 가장 세련되고 탄력있는 싱싱한 연인이다.
그 자연을 캔버스에 옮긴다는 것 자체가 일종의 부끄러움이다.
지극히 작은 생물들이 바라보는 자연, 그것은 그들의 또 다른 이름의 우주일 것이다.
하여, 요즘은 빛을 생각하게 되었다. 빛, 안으로부터의 잘 정제된 영적 힘, 사물이나 인간이나 간에 제각기 자신만의 빛을 가지고 있으리라.
민초, 순리를 거스르지 않고 그저 묵묵히 자연에 적응해 가는, 그러면서도 생명에의 끈질긴 집념을 보이는 이름없는 뭇풀들, 즉 인간 내면의 빛을 형상화시키는 작업이 근조를 이루는, 요즈음 내 작품의 경향이다.